<돈>(2019)은 한국 금융 시장을 배경으로, 부와 욕망, 윤리와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등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 출연하며, 현실감 넘치는 주식판의 세계를 스릴러적인 연출로 풀어낸 점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감독 박누리의 장편 데뷔작으로, 2015년 개봉한 <베테랑>의 조감독 출신답게 빠른 전개와 긴장감 있는 구성으로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단순히 돈을 좇는 이야기가 아닌, 청년의 성장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통찰이 담긴 이 작품은 개봉 당시 33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돈을 좇는 청년 조일현, 윤리와 욕망의 경계선
영화의 주인공 조일현(류준열 분)은 부모의 기대 속에 증권사에 입사한 신입 주식 중개인입니다. 현실은 냉혹합니다. 백도 없고, 실적도 없는 그는 자칫하면 회사를 떠나야 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정체불명의 ‘번호표(유지태 분)’가 접근해 와, 내부 정보를 통한 ‘불법 주식 거래’로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합니다. 처음엔 망설이지만, ‘한탕’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바꾸고 싶었던 일현은 결국 거래에 가담하게 됩니다. 일현은 점점 돈의 달콤함에 빠져들고, 평범했던 일상은 완전히 뒤바뀝니다. 아버지가 타던 낡은 자동차 대신 외제차를 몰고, 회사에서도 승승장구하는 그이지만, 동시에 불안감은 커져만 갑니다. 영화는 이처럼 ‘돈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주인공 일현의 시선을 따라가며 관객을 금융 세계로 끌어들입니다. 일현은 ‘부자가 되면 행복할 줄 알았다’고 말하지만, 영화는 그의 성공 뒤에 숨겨진 갈등과 도덕적 파탄을 날카롭게 그려냅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단지 범죄나 스릴러가 아닌, **한 인간이 욕망을 받아들이고, 윤리의 경계에서 흔들리다 다시 돌아오는 성장 서사**입니다. 조일현은 단순한 가해자이자 희생자로 그려지지 않고, 선택과 책임의 갈림길에 선 현실적인 청년으로 묘사되며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이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영화 <돈>은 그 상투적인 문장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냅니다. ‘돈’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불안, 경쟁, 욕망, 도덕성까지 풀어내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류준열의 연기 변신과 유지태의 존재감
<돈>은 류준열의 영화 커리어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입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후 꾸준히 스크린에서도 활동해 온 그는, 이번 영화에서 냉혹한 금융 시장 한복판에서 욕망과 불안을 오가는 복잡한 내면 연기를 선보입니다. 순수한 청년의 얼굴과 점점 날카로워지는 눈빛 사이에서 그는 **‘현실에 무너져가는 이상주의자’의 얼굴**을 완벽히 표현해 냅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 윤리적 갈등과 공권력의 압박 사이에서 흔들리는 장면들은 류준열의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며, 관객들로 하여금 그의 선택에 더욱 몰입하게 만듭니다. 그는 단지 ‘피해자’나 ‘가해자’로 단순화되지 않으며, **사회 초년생이 경험하는 모순과 자기부정, 그리고 결국엔 스스로를 마주하는 용기**를 설득력 있게 연기합니다. 유지태는 영화의 핵심 인물인 ‘번호표’ 역을 맡아 무게감을 더합니다. 그는 철저히 신분을 숨기고, 법망을 피해 움직이는 실체 없는 인물로서, 조일현의 욕망을 자극하는 동시에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조율하는 존재입니다. 그의 말투, 눈빛, 움직임은 모두 계산되어 있고, 언제든 조일현을 제거할 수 있을 듯한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그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그림자, 혹은 욕망의 화신**으로 기능합니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영화는 서늘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번호표는 나쁜 사람인가, 혹은 그저 시스템의 일부인가?’ 조우진이 연기한 금융감독원 조사관 ‘한지철’은 법과 정의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치밀하게 조일현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불법 금융 거래의 실체를 파헤칩니다. 조우진은 냉정하고 집요한 수사관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이야기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이렇듯 <돈>은 각 배우들의 개성과 연기력이 적절히 배분되어, 영화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며, 인물 중심의 서사를 완성합니다.
현실 반영과 장르적 긴장감, 사회적 메시지의 조화
<돈>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현실적인 금융 시장의 구조와 사회적 부조리**를 리얼하게 반영하며, 장르적 재미와 비판적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영화는 내부자 정보, 주가 조작, 차명 거래, 페이퍼컴퍼니 등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례들을 소재로 삼아, 관객들에게 이 세계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는 점을 끊임없이 환기시킵니다. 특히 영화의 배경인 여의도는 한국 금융의 중심지이자, 권력과 돈이 얽힌 장소로서 실감 나는 공간감을 부여합니다. 회사 복도, 증권 거래실, VIP 룸 등 공간 배경 하나하나가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리얼하게 만들며, 장르적 완성도를 높입니다. 박누리 감독은 특유의 빠르고 날카로운 연출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스토리텔링**을 선보입니다. 범죄 스릴러의 전개 속에 사회초년생의 심리 묘사를 균형 있게 녹여내며, 영화적 재미와 사회적 비판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영화 후반부, 조일현이 번호표의 정체를 파악하고 반전을 맞이하는 장면은 <돈>의 핵심 메시지를 드러냅니다. **‘누구나 유혹에 흔들릴 수 있고, 중요한 건 그 이후의 선택’**이라는 메시지는 단지 청년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또한 엔딩은 뚜렷한 권선징악이 아닌, 열린 결말 형식을 취하며 현실의 복잡함을 반영합니다. 이 영화는 어떤 것이 정의인지, 누가 선이고 악인지 쉽게 단정하지 않으며,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깁니다. <돈>은 자본주의의 이면과 인간의 욕망,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선택을 심도 있게 다룬 영화입니다. 류준열의 열연, 유지태의 강렬한 존재감, 박누리 감독의 신인답지 않은 연출력이 어우러져,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선 **청년 성장 드라마이자 사회 풍자극**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돈’이 지닌 힘과 위험을 되새기게 만드는 이 영화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