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춘의 배경 – 모난 현실 속 똑바로 걷고 싶은 소년
〈완득이〉는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2011년 개봉한 영화로, 이한 감독이 연출하고 김윤석, 유아인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서울의 하층 사회를 배경으로 청소년의 성장을 그린 작품으로, 웃음과 감동을 넘나드는 스토리 속에 사회적 메시지를 녹여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주인공 도완득(유아인)은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고등학생이다. 어릴 적 어머니는 가족을 떠났고, 또래보다 더 가난하고 고단한 일상을 살아간다. 말수도 적고, 폭력적인 상황에도 무기력하게 반응하지만, 마음속에는 여느 청소년처럼 꿈과 분노, 사랑이 가득하다. 완득이의 학교에는 동주 선생(김윤석)이 있다. 그는 학생들과 거칠게 부딪히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관심을 가진 인물이다. 완득이는 처음엔 동주 선생을 적대시하지만, 점차 그를 통해 세상과 자신을 보는 눈을 키워간다. 그러던 중, 완득이는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던 어머니(박효주)가 사실은 근처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완득이의 일상 속 소소한 사건들, 학교 폭력, 가정의 빈틈, 진로에 대한 고민, 첫사랑 등을 통해 ‘결핍’이라는 단어로 요약되는 청춘을 현실감 있게 담아낸다. 하지만 〈완득이〉는 이 결핍을 슬픔이나 절망으로 그리지 않고, 그 안에서 빛나는 생명력과 가능성에 주목하며, 관객에게 공감과 응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2) 관계 속 변화 – 서로를 통해 변화한 사람들
도완득은 처음엔 폐쇄적이고 분노를 내면에 쌓아둔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동주 선생, 어머니,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점차 감정 표현을 배우고, 자신을 긍정하게 된다. 유아인은 감정을 억누르는 복합적인 청소년 캐릭터를 섬세하게 연기하며 관객을 완득이라는 인물 안으로 끌어들인다. 동주 선생은 기존 교사의 전형을 깨는 인물이다. 학생에게 반말과 욕설을 서슴지 않지만, 그 속엔 누구보다 진심 어린 애정이 담겨 있다. 김윤석은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연기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소화하며, 완득이와의 케미스트리로 영화의 중심축을 형성한다. 그의 존재는 완득이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진짜 어른'이란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완득이의 어머니는 그동안 소외된 존재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녀의 삶과 선택이 조명된다.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는 동남아 여성들과 함께하며 생계를 이어온 어머니는, 그 자체로 사회적 편견과 싸우는 인물이다. 그녀의 등장은 완득이에게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며, 영화의 정서적 깊이를 더한다. 그 외에도 완득이의 친구들, 장애를 지닌 아버지, 그리고 학교라는 공간은 모두 그를 성장시키는 배경이자 거울로 작용한다. 영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지를 따뜻하게 그려내며, ‘서툴지만 진심인 연결’의 힘을 보여준다.
3) 해외 시선 – 지역의 이야기에서 보편의 공감을 이끌어내다
〈완득이〉는 개봉 직후 국내에서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국가에도 소개되었다. 해외 관객들은 한국적인 사회 배경 속에서도 ‘청소년 성장’이라는 보편적인 주제에 깊이 공감했고, 특히 캐릭터 간의 관계 중심 서사가 따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에서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하층 사회와 가족 해체 문제,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가 자국 상황과 유사하다는 평이 있었고, ‘일본 영화에서 보기 힘든 현실적 청춘극’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김윤석과 유아인의 연기에 대해 “인위적이지 않으며 실제 같은 감정을 전달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대만과 홍콩의 평론가들 역시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무관심이 맞닿는 지점에서 희망을 이야기한 영화”라고 평가하며, 특히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된 이야기에 공감했다. 완득이의 어머니라는 캐릭터를 통해 ‘다문화 사회의 현실’을 은유한 점도 긍정적으로 해석되었다. 〈완득이〉는 지역성과 현실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전 세계 어디서든 통할 수 있는 따뜻한 정서를 지닌 영화로 평가받았다. 성장통을 겪는 한 소년의 이야기지만, 그것은 곧 우리 모두가 겪는 ‘자기 긍정의 여정’으로 확장되며,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